@mochacreamsoda
비의 기척을 두려워하는 나날이었다
적막을 깨트리는 불협화음. 균형과 불균형의 사이에서 요슈아는 이따금 귀를 막았다. 누긋한 땅에 튀어 오르는 물방울의 비명은 어디까지라도 그를 따라올 것만 같았다. 안 돼. 이걸론 부족해……. 더 좋은 곡이, 더 좋은 노래가 필요하다고……. 손톱을 물어뜯으며 불안한 음성을 낸다. 머릿속 떠오른 음율은 빗소리에 흐트러지기 마련이었다. 오선지 위 끄적이던 손이 아무렇게나 새카만 선을 그었다. 요슈아가 머리를 감싸 쥐었다. 끊이지 않는 두통. 비명을 지를 수 없는 무력감에 휩싸인다. ◼◼ 싶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도래하면…….
"요슈아."
"……."
누군가의 목소리가 어깨를 감싸 안는다. 부드러운 체향과 온기 사이 눈꺼풀을 열자, 흑백의 세계 속 유일한 색채가 윤곽을 드러낸다. 낯익은 따스함이었다. 제리……. 온몸의 떨림을 숨기고 싶다고 생각한다. 제리의 앞에서까지 꼴사나운 짓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에게는 언제나 의지할 수 있는, 멋지고, 밝은…… 상냥한 소꿉친구이고 싶었다. 요슈아는 여전히 자신의 유악함을 미워한다. 내가 더욱 단단하고 강인한 사람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 싫증으로 스스로를 괴롭히기도 한다. 그럼에도 함부로 저 자신을 절벽 아래로 밀어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너와 약속했으니까.
함께 나아지기로 했으니까, 우리.
증오가 호흡을 멎게 한다면, 숨결을 불어넣는 것은 역시나 사랑이다. 스스로를 싫어하는 것보다 제리를 좋아했다. 비교할 수 없는 마음의 무게였다. 그러니 제리가 아끼는 요슈아 본인을 그는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자그마한 손이 요슈아의 등을 쓸어내렸다. 머뭇거린 끝에, 요슈아는 제리에게 푹 기대고야 만다.
시간은 음악처럼 흐르고…… 상흔 위로 살이 차오른다.
"제리, 조금 더 안아줘……."
"응, 요슈아가 원한다면 언제까지라도 이러고 있을게."
물결의 다정함을 깨달으면 장마가 두렵지 않다. 비로소 숨을 쉴 수 있는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