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곳마다 빛이 될 거야 사랑하니까 그렇게나 사랑이니까
가는 곳마다 빛이 될 거야 사랑하니까 그렇게나 사랑이니까

생일이 되기 사흘 전 요슈아가 내게 건넨 것은 YZF 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 티켓 두 장, 처음 보는 공항 코드라서 손안에 쥐여줄 때까지 상황 파악을 하느라 잠시 얼어있었어 Y로 시작하는 걸 보니 캐나다인가? 벤쿠버는 아닌 것 같지 ZF가 도대체 어디람 바보가 된 내 얼굴을 본 그 애는 미소 지으며 이맘때가 되면 계속 보고 싶어 했잖아 라며 힌트를 주었고 그 말을 듣자 하나 남은 퍼즐 조각을 제자리에 끼워넣은 것처럼 모든 게 이해되었네

어린 시절부터 품어왔던 또 다른 소원을 소꿉친구는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는 걸…. 고맙다는 인사를 전부 끝마치기도 전에 품에 뛰어들어 두 팔로 감싸면 말하지 않아도 전부 전해진다는 듯 마주 안아주는, 나조차도 잃어버리는 과거의 낭만을 간직하는 네가 정말로 좋아서 어쩔 줄 모르겠어 서로를 끌어안은 채로 이 시간을 만끽하고 싶었지만 짐을 챙겨야 해서 결국은 놓아주었고

지체되는 입국 수속과 익숙지 않은 게이트를 통과해 장장 열다섯 시간의 여행 후 도착한 옐로우나이프 공항은 늦은 시각임에도 생각 외로 북적였지만 최근 핫한 보컬리스트를 알아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오히려 다행이야 숙소에 캐리어를 두고 한참 늦은 저녁을 먹고 가이드분이 운전하는 미니밴 뒷좌석에 앉아 몇십 분 눈을 붙이면 어느덧 목적지에 도달해서, 비몽사몽한 채로 먼저 내린 요슈아의 손을 잡으며 따라가면 너무 멀리는 가지 마세요 주의하는 가이드의 목소리가 수면 아래로 잠기는 것처럼 멀어져 가

그렇게 눈밭 위를 얼마나 걸었을까? 제리, 눈을 떠봐. 이름을 부르는 다정한 부름에 응답해 졸음에서 깨어나면 시야에 펼쳐진 것은 새하얀 설원과 신비로운 색으로 밤하늘을 치장하는 빛의 커튼 희미하게 반짝이는 별빛 그리고 그 아래 벽록색 청색 남보라색으로 물든 요슈아가 지금껏 꿨던 어떤 꿈보다도 비현실적이고 아름다운 광경을 장식해 오로라를 직접 내 눈으로 관찰하는 건 오랜 꿈이었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광경일 거라고는 예상치 못해서

꿈과 현실의 경계선에 서 있는 기분으로 넋 놓은 채 연인을 바라보고 있으면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 계속 손목시계를 몇 번이고 들여다보았다 말았다 하던 소꿉친구는 마침내 시간이 되었는지 맞잡은 손을 끌어당기고 자기 자신도 한 발짝 다가와

찬란한 광경을 뒤로하고 서로의 투명한 눈을 들여다볼 수 있는 거리까지 붙어 속삭이는 말은 생일 축하해, 제리. 앞으로도 가장 먼저 네 생일을 축하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그렇게 말하는 요슈아, 네 앞에 놓인 나는 분명 장점 하나 없이 유약하고 못날 뿐인 겁쟁이인데. 이런 축하와 사랑을 받기에는 한참 부족한 사람인데. 어째서 네 은색 눈에 비쳐 보이는 내 모습은 이토록 강인하고 빛나 보이는 걸까? 습관처럼 음울한 생각이 올라왔지만 답변을 기다리는 듯 기대하는 그의 얼굴은 마음속 불안을 전부 흐릴 만큼 빛이 나서, 결국 서투른 말로 고마움을 전하는 대신 차가운 입술에 조심스레 입을 맞추는 것으로 답장을 대신하며 머리 위 별들을 촛불 삼아 올해의 생일 소원을 빌었어

네가 나를 그렇게 바라봐준다면 나 또한 이제부터 나를 그렇게 생각해 보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