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리탄
나폴리탄

@ghostinkansai

 

 

아가씨, 그 너머로 가지 말아요. 양의 노래를 들으면 미쳐버린답니다. 이 너머에는 인간을 현혹하는 노래를 부르는 양의 무리가 있습니다. 아가씨의 걸음이 그리로 닿아서 좋을 일이 없어요. 저 양의 무리는 죽음을 먹고 자랍니다. 죽음을 거듭할 수록 양의 이름은 이 대지에 널리 퍼지겠지요.

 

아가씨는 어찌해서 그 초석이 되려 하나요

아가씨는 어째서 그 유명遺命을 따르시나요

 

 

소년의 머리에는 뿔이 달려 있었고, 소녀는 그런 그의 품에 달려가 안겼다. 소녀에게는 아주 깊은 죄와 깊은 슬픔이 하나 있었다. 죄의 이름은 동경이고, 슬픔의 이름은 숙명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아주 커다란 인간 외적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아무런 것도 할 수 없었고, 아무런 것도 지닐 수 없었다. 그 무소유의 끝에 그녀는 결국…….

 

안긴 품은 서늘하고 또 거침이 없었다. 그녀는 그 멈추지 않고 흐르는 마음도 동경하였다. "나는 당신처럼 되고만 싶어요." 따위의 말을 지껄이려던 입은 어느새 양의 말에 의해 막혀버리고 말았다. 양은 슬플 정도로 사람의 마음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될 수 없는 것에 대한 갈망에 대해서 모두 깨달아 버리고 말았다. 그녀는 그런 그의 시선에서 그러므로 벗어날 수 없었다. 양의 노래는 '동류가 되고 싶어 하는 마음'을 견지하고 있어서, 그녀를 유혹하기에 충분하였다. 그는 아무런 말 없이 그녀의 입 안에 자라는 마음을 수확하기로 하였다. 낫으로, 아니었다, 그것은 어쩌면 키스를 통해서일지도 몰랐다. 소녀는 눈을 감았다. 그러고는 주문처럼 어떠한 말을 속삭이게 되었다. "나는 당신처럼 네 발로 걷고, 당신처럼 노래하고 싶었는지도 몰라요." 말들은 입 속에서 자라 새카만 모양을 하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양의 노래는 결국 사람의 노래가 될 수 없었다. 양의 노래는 결국 사람을 죽여버릴 노래다. 양은 사실 두 발로 걸으며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살아남기를 두려워하고 또 주저한다. 악귀를 물리친다는 사람들의 걱정과 마음 그리고 바람을 아주 오래간 들은 그녀는 결국 자신이 동류가 되려면 죽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말았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오래 가지 않아 실천으로 드러났다. 그녀는 실천이 빠른 것이 장점이었다. 적어도 그의 앞에서는 그랬다. 죽고 싶지 않았던 마음은 죽음의 노래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바뀌어, 염원의 끝과 아주 끝에서. 그에게 자신도 울음을 배우고자 하는 시선을 아주 애달프게 보내면서, 처절하고, 또 아주 조용하게.

 

네 발로 걷게 될 수 있게 된 소녀는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 그녀의 몸은 차갑게 식었고, 그 땅에서는 또 검은 사과나무가 일어날 터였다. 그것을, 악마의 동포는 모두 먹어 치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