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33k_Comu
달의 표면이 매번 그 빛깔을 조금씩 바꾸듯, 요슈아의 머리칼은 볕, 달빛, 라임라이트를 받을 때마다 그 색을 각기 달리한다. 그의 곱슬머리는 손가락을 사이에 넣어 쓰다듬으면 부드럽게 휘감고 지나가지만 얌전히 정돈될 생각은 도통 않는다. 그는 아주 다정하지만, 그럼에도 그 연하고 부드러운 속내 안에는 분명히 어떤 고집스러움이 뿌리내리고 있어서, 어떨 때는 머리칼이 그 성정을 은근슬쩍 비추고 있다는 짐작마저 든다. 하지만 실은, 나는 그의 머리가 단정하게 다듬어졌을 때보다 제멋대로 헝클어졌을 때를 더 좋아한다. 왜냐면, 앞머리가 눈가로 부드럽게 흩어지면 은사로 짠 만틸라 베일이 네 눈을 가린 것처럼 보이니까. 그럴 때면 소년이자 신비, 달과 한 몸이라고 낯간지러운 이름으로 부르고 싶게 만드는 면모를 새롭게 발견하게 되니까.
그래, 정묘하고 섬세한 솜씨로 다듬은 얼굴의 아름다움은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이지만, 그 얼굴에서 찾아낼 수 있는 무수한 찰나의 면모들에 대해 숙고하는 것은 나뿐이라 감히 자부할 수 있다. 가령 그의 눈매는 날카로워 보이기 십상이지만 나는 그 잿빛 눈동자를 들여다본다면, 옅은 속눈썹의 그늘 아래 외로움 속에서도 숨 붙이고 살아온 다정을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 오래도록 가슴속 추위에 떨었던 탓에 제 눈에 닿는 모든 것들을 따뜻하게 보기로 마음먹은 사람의 눈빛이 거기에 있다. 다들 그의 날렵하고 호리호리한 몸을 보고 무척이나 가뿐해 보인다고 생각할 테지만, 그의 손목을 감싼 아대 아래에 무슨 자국이 있는지는 나만이 안다.
그리고 그의 손목을 볼 때면 그런 생각을 기어코 하고 만다. 입을 맞추는 것만으로도 그 상처들을 지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래되어 나이테처럼 남은 것과 아문 지 얼마 되지 않아 루비를 가는 실로 꿰맨 것 같은 자국이 남은 것들을 모두 아울러 남김없이…. 그리고 그걸로 그의 아픔 역시도 덜어낼 수만 있다면.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그 눈빛의 깊이, 유리창에 비친 쓸쓸한 옆모습은 모두 그 아픔들이 만들어낸 것이란 걸 알면서도 나는 결국 어쩔 수 없이 그에게만큼은 한없는 행복이, 황금 소낙비처럼 쏟아져 내리기를 바란다. 그리고 결국 동화처럼 형편 좋고 따분한 이야기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뻔한 해피 엔드를 맞을 수 있도록 돕겠다고 스스로 결심하는 것이다. 단지, 달을 닮은 소년이 이제는 덜 추워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여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