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도와 조이트로프
론도와 조이트로프

@0404_06

 

 

있지, 나는 아직도 기억해. 어린애들의 웃음소리와 바닥에 슬리퍼 끌리는 소리, 바이엘과 체르니 사이에 바흐, 미뉴에트, G장조. 피아노 학원 구석, 살짝 문이 열린 연습실. 문틈 사이로 새어나오는, 어딘가 서툴고 따뜻한 연주, 네 옆모습은, 창문 너머에서 내린 햇볕을 받아 꿈같이 노란빛으로.

맞아, 너는 피아노를 관뒀지. 그러나 먼 날에 들었던 다정한 선율은, 끝없이, 내 머릿속에서 재생되어, 차가운 밤이 남긴 상처를 감싸안아. 오래된 축음기가 돌아가면, 타향에서부터의 귀로에 오른 우리가, 홀로는 인간이 될 수 없었던 우리가, 조용히 흘린 눈물로 이어져 인간이 되었어.

 

하지만, 이제는 론도를 끝맺자. 더 이상 햇빛 속의 환영에, 늘어진 카세트 테이프 같은 과거에, 침잠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을 했어. 우리는 서로의 절반이지만, 반쪽짜리 존재는 아니니까, 잠시 손을 놓더라도, 마주보며 웃을 수 있도록.

 

그래도 되도록이면 네 손을 놓치지 않고 싶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