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을 걸 거야 두근거림이 터져버릴 것만 같아
아무런 맥락도 예보도 없이 갑작스레 사박거리는 쿠키가 굽고 싶어지는 토요일 아침, 오늘 오후에는 요슈아가 방문하고 싶다 했으니 지금부터 준비하면 알맞겠지
일전에 한아름 산 초콜릿 칩과 호두 아몬드를 부스러뜨리고 선반 위에 처박아두었던 베이킹 용품을 꺼내 씻어두니 어느새 시침은 벌써 열두 시를 가리키지 뭐야 다급하게 반죽을 섞으면 경황없는 틈만을 기다렸다는 듯 딩동딩동 울리는 초인종
화난 치와와처럼 아르렁대는 핸드믹서를 조리대에 내팽개친 채 현관으로 달려 나가 소꿉친구를 맞이하면 반가움도 잠시 소용돌이처럼 요란하게 흔들리는 은색 눈동자와 마주치게 돼 거울을 볼 필요도 없이 내 모습이 실험에 실패한 미치광이 과학자 같다는 건 스스로도 잘 알고 있어서 웃어도 된다고 체념하듯 허락하면 결국 꽃망울처럼 부드러운 웃음을 터트리는 요슈아
제리…. 앞치마뿐만 아니라 볼에도 밀가루가 잔뜩 묻었잖아, 요리하다 나왔어? 멋지게 완성한 쿠키와 함께 반겨주고 싶었는데 계획이 틀어졌어 창피하니까 너무 깊게 파고들진 말아줘….
폭소가 겨우 진정될 무렵 그 애 또한 도와주겠다며 소매를 걷고 앞치마를 둘러매며 위풍당당하게 주방에 입성하는데 아마추어 요리사가 두 명이면 일어나는 문제 또한 두 배라는 걸 간과한 나머지 우여곡절 끝에 굽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당장이라도 파티셰를 잡아라!에 출연해야 할 듯한 만듦새의 쿠키가 나와버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