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좋아해 네가 모르는 네 모습까지도
이번 달 내내 여행을 다니느라 연인의 얼굴을 보기는커녕 집에도 제대로 못 들어갔는데 긴 여행이 끝나고 돌아오는 날 밤늦게 도착해 문을 열었더니 아무도 없어야 할 거실 소파에 익숙한 인영이 앉아 꾸벅꾸벅 잠들어 있는 걸 발견하고 놀랐어
차가 막혀서 예정돼있던 시각보다 훨씬 늦어졌는데 넌 어떤 마음으로 날 기다렸을까 위에 성냥개비를 여럿 올려도 될 정도로 풍성히 뻗은 속눈썹은 굳게 맞물려있고 항상 곡선을 그리는 눈가는 거무스름해서 미안함을 담고 볼을 살살 쓸어주면 차가운 손에 달아오른 열기가 닿아
조용히 샤워를 마치고 나온 뒤에도 여전히 꿈나라에 가 있는 요슈아를 보며 소파는 불편할 텐데 생각하지만 잠든 사람을 깨우고 싶진 않아서 잠시 고민하다 침대에서 이불과 베개를 잔뜩 끌어온 다음 그 애를 누이고 나는 품에 파고들어
일어나면 짐을 풀고 빨래를 돌려야지 그래도 역시 다녀왔다는 인사를 하는 게 제일 먼저야 라는 다짐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