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ETRANTFORA
오랜만에 만난 요슈아의 얼굴은 여전했다. 변화가 없다는 건 언제나 봤던 요슈아이면서 제리가 기억 속에 간직하고 있는 요슈아 자체라는 뜻이었다. 서로 발견하자 손을 흔들며 가까이 다가갔고, 함께 벤치에 앉았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짧은 계절은 춥지도 덥지도 않은 모호한 날씨가 이어졌다. 먼저 그간 만나지 못했던 주된 원인인 중학교에 관해서 이야기를 꺼냈다. 다음에는 친구들, 선생님에 대한 것. 정보라기엔 부족하지만, 서로에 대해 알 수 있는 것들. 초등학교의 졸업식을 마치고 계절이 지나더라도 바래지 않은 색이 이곳에 존재했다. 제리는 음악에 대해서도 물었다. 요슈아는 제리와 달리 음악을 좋아하고 재능도 충만했다. 요슈아는 기다렸다는 듯 작곡한 노래를 휴대폰에 담아왔다며 꺼냈고, 이어폰을 하나씩 꼈다. 눈으로 별것 없는 사인을 맞추자 요슈아는 재생을 시작했다. 음악이 나오기 시작하며 들리는 부드러운 선율은 기억하는 그대로였다. 제리는 눈을 감고 요슈아가 건반을 두드리는 모습을 떠올렸다. 긴 손가락이 짚어나가는 세상은 제리가 사랑하는 것 중 하나였다. 요슈아의 전부가 담겨있는 것 같아 제리는 넘치는 심장의 고동도 듣지 못한 채 집중했다. 경쾌한 끝의 찰나, 제리는 세상의 침묵을 들었다.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치고, 제리는 그의 눈동자에 들어간, 투명하게 빛나는 자신의 눈까지 포착했다. 요슈아는 밝은 미소로 보답했다. 제리가 솔직하고 느낀 그대로의 감각을 쏟아내고 있자 올라가는 입과 휘말리는 눈 끝이 계절의 모든 게 녹아내린 것 같았다. 옷 위에 카디건을 입었다 벗었다 반복하는 어색한 계절조차도 다르게 보이는 것 같았다. 초점이 그에게 맞춰졌다. 세상이 커다랗게 한 바퀴를 돌아 정착하여 마침내 마주한 기분. 한 번 번졌던 미소가 표정에 배어 제리에게는 요슈아가 계속 웃고 있는 듯했다. 시간이 저물며 두 사람은 일어났고 요슈아는 제리의 집 앞까지 바래다주었다.
"다음에 또 보자."
공백에 비해 만남은 짧았다. 가끔 전화나 라인을 한다고 해도 얼굴을 마주하고 옆에서 온도를 나누는 것은 달랐다. 손을 흔드는 동작도 느리게 하면 시간이 더 늦어질까 천천히 움직였다. 돌아서는 뒷모습을 보며 아쉬워서 발을 못 떼고 있었더니 마음이 통한 것처럼 요슈아가 뒤를 돌아보았다. 한 번 더 손을 흔들고 제리는 걸음을 뗄 수 있었다. 멀리서도 보인 미소가 아른거렸다. 제리에게 라인으로 요슈아의 음악이 도착했다. 그가 알고 있는 요슈아지만, 그에게 어떠한 변화도 없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의 웃는 모습이 어딘가 달라졌다. 노래를 틀고 만나지 못했던 시간의 길이를 생각했고, 침대에 누운 자신의 발끝이 침대의 끝자락과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변화는 늘 제리에게도 작용했고, 요슈아는 제리의 중력을 바꿨다. 그러나 요슈아에게 이것을 고백할 수는 없었다. 좋아한다는 말은 요슈아의 중력도 파괴할 수 있었으며, 그에 따라 제리가 좋아하는 미소가 변할 수도 있었다. 제리는 지금의 거리가 좋았다. 친구와 친구, 시간이 되면 만나 서로에 대해 이야기하고 음악에 대해 묻는 적당한 관계. 그러나 중력을 되돌리지는 못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