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ETRANTFORA
꿈과 현실이 다르다는 건 일찍이 알고 있었다. 현실에서 꿈을 그린다면, 꿈은 꿈으로서만 존재할 수 있다는 것 같은 차이점. 괴리가 얼마나 큰지도 머리에 착실에 새겨두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다양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이해하며 깨달은 거리를 수치화하게 되었다. 도에서 높은 도에 새끼손가락과 엄지손가락을 단번에 올리지 못하는 거리. 손바닥이 찢어져도 결코 극복할 수 없는 것이 과거에 그린 꿈과 현재의 현실이었다. 손에 더 힘을 주지 못하고 칼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맥없는 소리가 났다. 창백하고 작은 비명이 공간의 크기를 한정하고 있었다. 커다란 장소에 고립되어 있음이 달팽이관을 돌았다. 입술을 물면 경계선에서 벗어나 완벽한 현실로 돌아왔다. 떨리는 팔을 올려보면 벌어진 살 사이에서 새빨간 피가 흘러내렸다. 손목에서 아래로 떨어지지만, 바닥은 젖지 않도록 다른 손으로 중간을 감쌌다. 요슈아의 창백한 숨이 살갗 안을 파고들었다. 손바닥은 피로 흠뻑 젖었다. 서서히 피가 멎는 동안 요슈아는 자신의 상처를 관망했다. 스스로 의지로 몸에 상처를 내는 건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었다. 답답한 육체 안을 활발하게 휘젓는 액체의 색을 확인한 게 전부였고, 답답하더라도 이것을 유지하고 싶다는 본능이 꿈틀거렸다. 그는 끈적한 혈액을 강하게 붙들고 눈을 질끈 감았다. 제리… 무의식 속에 꺼낸 이름이었다. 혀에 가장 깊게 남은 단어. 곧 그의 얼굴의 형체를 그려낼 수 있었다. 이유는 당장 찾을 수 없었지만, 요슈아는 그가 간절했다. 진동하는 손이 멈추지 않았고 느린 호흡은 심장이 열 번 뛸 때마다 뱉었다. 좁은 간격의 심장 소리가 선명해서 귀에서 떼어낼 수 없었다. 제리가 옆에 있다고 해서 밴드의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피가 바로 멎지도 않고, 해결될 상황은 하나도 없었다. 그럼에도 요슈아는 고통을 통해 삶을 갈망하는 동시에 제리가 곁에 있어주길 원했다. 제리의 밝은 눈을 마주봄으로써, 옆에서 내쉬는 숨을 들음으로써, 손을 잡지 않아도 밀착한 온도에서 삶이 충족되는 사람처럼. 만나지 않은 시간에도 가끔 그를 떠올렸지만, 이만큼 원한 적이 있던가. 요슈아는 찬찬히 첫만남부터 시간을 되짚었다. 그리고 제리의 시선이 향해있는 곳을 떠올렸다. 제리는 요슈아의 손끝으로 강하게 내려치는 음을 친애했다. 손목에는 빨간 색이 흘러도 생동감은 없었고, 제리가 친애하던 음은 이 손으로 만들어낼 수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제리에게 이것을 고백할 수는 없었다. 꿈과 현실을 분명히 구분할 수 있었다. 꿈은 모든 개념을 부숴 존재하는 반면 현실에는 중력부터 강하게 끌어서 피가 결국엔 바닥에 떨어졌다. 다른 도시에 있는 제리와는 거리가 있어서 얼굴을 마주볼 날도 제대로 마련하기 어려웠다. 같은 마음이라고 장담은 못하겠지만, 답답하게 감정을 간직하기보다도 그와 더 가까워지고 싶었다. 치기 어린 충동보단 옛날부터 쌓아온 감정의 결론이었다.
"보고 싶다."
천천히 일어나서 싱크대에서 물로 팔을 깨끗이 씻어냈다. 속이 울렁거리는 이유는 현실과 꿈이 충동하고 있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