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생각하면 너를 생각하면 까닭도 없이 행복해져서
발이 공중에 떠 있고 무중력 속을 헤엄치는 것 같았던 몇 년 전 하굣길에 들린 우체통에 들어있던 한 통의 편지
그 당시 내게 우편물을 보낼 사람은 없었기에 의아했지만 봉투 안에서 팔랑거리며 떨어져 내리는 건 빳빳한 티켓 한 장, 거기에 적힌 건 로스앤젤레스에 있다는 한 건물의 주소 며칠 남지 않은 날짜와 공연 시각 그리고 익숙한 밴드의 이름…. 확인하자마자 익숙한 번호로 전화를 걸었어 소꿉친구는 신호음이 두 번 울리기도 전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편지는 잘 받았냐며 능청스럽게 대화의 물꼬를 텄고
내가 늦게 확인했다면 어쩔 뻔했어? 그렇게 묻자 돌아온 답은 오지 못해도 제리 널 위한 마음으로 연주하는 건 변함없을 거래 그런 말을 들었는데 가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없잖아
떨리는 마음에 안전벨트를 단단히 채운 채로 5번 고속도로를 몇 시간씩 달려 참석한 브레이브 차일드의 첫 공연은 어땠는지 지금으로선 사실 잘 기억나지 않아 떠오르는 건 그저 무대 위에 서있던 그 애가 관중석에 어영부영 서 있는 나를 발견하고 꽃 같은 미소를 지어주었다는 것 그게 중력처럼 날 이곳 캘리포니아에 붙잡아 두었다는 것 두근대던 심장이 안심되는 걸 느끼며 나는 너를 정말 좋아하는구나 다시금 깨달았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