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근처를 산책하다 보면 너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았어
생일 케이크 위 촛불처럼 반짝이던 주택가의 빛이 하나둘씩 꺼지고 다들 꿈나라로 출발한 새벽 시간대에 마을 혹은 숲을 거닐다 보면 요슈아 또는 나와 만날 수 있어
요슈아의 집 창문 커튼 사이로 새어 나오는 희미한 불빛을 발견한 뒤 문을 노크하면 허둥지둥하는 기척과 함께 몇 초 뒤 요슈아가 문 사이로 얼굴을 쏙 내미는데 무엇을 하고 있었냐 물으면 조금 겸연쩍은 듯 악상이 떠올라 작곡 도중이었다며 순순히 고백해 대화를 끊지 않고 주민 대표가 놀러 가도 되는지 물으면 집 안이 엉망이라 나중에 초대하겠다며 부드러이 거절하고 더 이야기 나누고 싶다 요청하면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하는데 어느 쪽을 고르든 섬 특산물로 만든 과일 스무디를 두 잔씩 들고 현관 바깥으로 나오는 것은 동일하네 그 애의 집 앞에 나란히 앉아 음료를 홀짝이는 것은, 그리고 미완성된 곡을 다정한 허밍으로 들을 수 있는 것은 새벽에만 맞닥뜨릴 수 있는 특별한 경험
달이 뜨는 날에 나무가 우거진 숲속으로 들어가면 미미한 확률로 삽이나 도끼를 들고 멍하니 서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는데 그 오싹한 모습 앞에서 멈칫하고 놀라거나 덜덜덜 리액션을 취하면 머리 위에 느낌표가 뜨고 먼저 말을 걸어줘 대화 도중 밤에 삽을 들고 배회하고 있던 이유는 타란튤라나 전갈에게 쏘이지 않기 위함이라 해명하지만 그래도 역시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 거야? 하는 생각이 들어 그래도 아직 무기를 들고 있는 상대에게 그런 질문을 던지는 건 좋지 않겠지 숲을 벗어나는 대표의 발걸음이 평소보다 잽싸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일요일마다 돌아오는 8월의 여름밤 축제에선 불꽃놀이가 시작되기 전 요슈아는 항상 다른 맛의 아이스바나 솜사탕을 손에 쥐고 나는 매 다른 색의 풍선을 들고 있어 아무것도 쥐고 있지 않은 채로 말을 걸면 둘 중 한 명이 너도 여욱 행운권을 구입해 보라며 500벨을 주곤 해
뽑기를 체험한 다음에 말을 걸면 무엇이 나왔든 간에 축하한다고 말해준다 몇 번 더 대화를 걸면 서로 경품을 교환할 수도 있고 주민 대표가 스파클러나 비눗방울을 들고 있을 때 먼저 바꿔줄 수 있냐고 제안하기도 해서 기꺼이 요슈아에게 스파클러를 주는 게 가능해져 기쁜 듯 마을 광장 앞에서 불을 붙이며 즐거워하는 그 주민의 회색 눈에 형형색색 불꽃이 담기는 모습이란 얼마나 아름다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