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얗고 따뜻한 것만을 주고픈 마음 이 마음은 또 어디서 비롯된 걸까
새하얗고 따뜻한 것만을 주고픈 마음 이 마음은 또 어디서 비롯된 걸까

혼자일 땐 삭막하고 둘이 머무르기엔 자그마한 자취방에 소꿉친구가 놀러 온 날 저녁 식사에 사용한 그릇을 설거지하고 침실로 들어가면 방금 막 샤워를 마쳤는지 물기를 잔뜩 머금은 모습으로 침대맡에 앉아 기다리는 요슈아가 있어
조명 불빛을 머금은 납빛 눈과 마주치면 속마음을 읽은 듯 제리 흉내를 내고 있어, 라며 능청스럽게 대답하는데 그렇다면 나도 역할 놀이에 요슈아 역으로써 어울려 줘야지…. 보드라운 타올을 가져와서 잔재한 물기를 조심히 닦아내고 드라이기의 온도를 낮게 설정한 뒤 손안에 들어차는 곱슬머리를 차근차근 말려
그러길 몇십 분, 주고받던 대화는 점점 답이 오는 간격이 벌어지고 그 애의 몸은 흔들리는 갑판 위에 올려둔 오크통처럼 기우뚱대길 반복하다가 축축했던 머리카락이 어느덧 보송하게 부풀어 오를 때가 되면 결국엔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쏟아지는 도미노처럼 상체가 내 품으로 기울어지고 말아 푹 잠들었으니까 내가 볼에 굿나잇 키스를 남긴 것도 눈치 못 채겠지

평소에 보살핌을 받는 것도 먼저 잠드는 것도 나였는데 오늘은 입장이 역전되었네 좋은 밤 되길 바래 꿈속에서도 네가 행복해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