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물들은 두 볼은 더 빨갛게 조금은 더 가깝게
어느새 물들은 두 볼은 더 빨갛게 조금은 더 가깝게

바깥을 향해 한 발짝 발걸음을 내딛지 않아도 모든 게 온라인으로 주문 가능해진 비대면 시대 그래도 여전히 백화점과 플래그십 스토어를 여유로이 돌아다니며 완상하는 게 좋아 쇼핑 또한 여행의 일종이니까
아크네 스튜디오와 젠틀 몬스터에선 이런 걸 누가 써? 싶은 특이한 디자인의 선글라스를 착용해 보는데 아무나 소화 못 하는 패션은 요슈아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는지 역시나 소화 못 해 엉뚱한 모습이 웃겨 작게 웃으면 이번에는 내 차례라며 얼굴 위로 장난스레 씌워지는 선글라스 그런데 기대 없이 착용한 내게는 되레 어울려서 원치 않은 이벤트에 당첨된 사람마냥 기분이 얼떨떨해져 제가 선물해 주겠다며 직원분을 부르려는 소꿉친구를 급하게 잡아 멈춰 세우는 건 그 뒤의 일
향수관에 가서는 여러 니치향수를 한 번씩 시향해본 다음 마음에 드는 것은 디퓨저로 구매해서 각자의 집에 둘 계획을 세워 오래 맡아도 독하지 않고 금세 흩어져 버릴 듯 지나치게 옅지 않은 향이어야 한다는 기준이 있어 다른 공간이어도 같은 향조가 날 수 있도록 곁에 없어도 네 생각을 할 수 있게끔
발을 맞추어 몇 시간씩 걷다가 다리가 아파오면 카페의 대표 메뉴라는 달큰한 라떼와 화이트 카페모카를 주문해서 머그잔을 감싼 온기가 사라질 때까지 조금은 불편한 의자에 가만 앉아서, 오늘 구경한 광경에 대해 고요히 이야기를 나누는 동시에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슬쩍 얽혀오는 흰 손가락을 마주 잡으며 다정한 기운을 건네받는 것이 우리의 충전 방법이자 마지막 일정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