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가를 불러 환상적인 겨울 거리를 거니며
연가를 불러 환상적인 겨울 거리를 거니며

성동에도 최저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법 없는 로스앤젤레스와 다르게 도쿄와 서울은 추운 편이라서 밤사이 온 세상이 윈터 원더랜드로 뒤바뀐 것처럼 시야 가득 하양이 들어차는 경우가 빈번하다지 사계절 서기가 가득한 도시에서 청춘을 보낸 우리에겐 동화 같이 으레 낯설고도 설레는 풍경 
이웃이 모두 잠들어 있는 새벽녘 들떠서 부풀어 오른 마음 위로 코트를 걸치고 요슈아에게 귀도리까지 꼼꼼히 씌워준 뒤 현관문을 열면 가장 먼저 반겨주는 것은 모든 게 얼어붙을 듯 차디찬 공기야 까마득한 추위에 몸이 움츠러드는데도 불구하고 나쁘지 않다 생각된 이유는 깍지 낀 소꿉친구의 손에서 전해져 오는 온기 덕분이라서
코끝과 볼이 발그레하게 물들고 솜구름을 닮은 입김이 피어오르는 것조차 마다치 않은 채 꼼지락대며 눈곰돌이를 만드는 요슈아는 진지하고 사랑스러워서 문득 이 순간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에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가져와 피사체를 담아…. 비록 선명한 건 잠옷 위에 걸친 외투뿐 순수함을 담은 머리칼이나 흰 피부는 주위의 설경과 구별 불가할 정도로 흐릿하게 찍힌 탓에 쉬이 형언하기 벅찬 심령사진 비슷한 것이 나와버리지만 이건 이거대로 귀여우니까 구겨버리는 대신 그대로 두려고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