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선처럼 가만히 누워
@peieace
지표로 삼은 흉터가 맞아야만 했을 불가피한 통증. 인내로 전한 내 사랑이 어찌나 초라해 보였는지는 묻지 않기로 했다. 세상이 깨어지느라 맞이한 실금같은 균열로 부터 빛이 쏟아졌다. 그 아래로 나란히 누워 굴곡을 헤아릴 수 있는 까닭은 이 껍질 안이 대낮처럼 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늑한 두 명분의 세계에서 우리는 먼저 유실했던 자아의 파편을 도로 삼켜야만 했고, 어둠을 낱낱이 밝히지 않아도 분별할 수 있듯 서로의 기운 살갗을 어루만져 익혀야만 했다. 발 딛은 이 별이 완전한 구의 형태이지 않듯 우리의 뾰족한 모서리 또한 영원히 둥글어 질 순 없겠지만 베이지 않을 만큼 무뎌질 순 있을 것 같단 가능성의 징조는 사포처럼 우둘투둘하기 보다 바람이 불어오거나 물길이 퍼지듯 도무지 아플 것 같지 않았다. 어떠한 변칙도 없이 감미롭기만 한 이때를 영원히 누릴 순 없겠지만 당신과 함께라면 아주 오랫동안 괜찮을 것만 같다고. 어쩌면 지금껏 존재하지 않았던 불멸의 평화를 함께 빚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