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털 하나 없는 너의 가느다란 목에 숨 쉴 때
잔털 하나 없는 너의 가느다란 목에 숨 쉴 때

매달의 마지막 주말은 요슈아의 집에 머무는 날이야 작곡에 매진할 때면 어김없이 통조림이 되는 소꿉친구가 걱정되니까 테이크아웃 타피오카를 들고 방문하는 일이 잦았는데 그게 여러 번 반복된 나머지 월말 중 이틀만큼은 고생했을 상대에게 온전히 내주게 되었어

일요일에는 일찍이 눈이 떠졌는데 머리가 멍하긴 해도 잠은 오질 않아 이왕 이렇게 된 거 아침 준비라도 할까 상체를 일으키면 곁이 허전하다는 걸 그 짧은 사이에도 알아챈 건지 희고 긴 손가락이 내 손목을 감아오고 일어나지 못하게 살짝 힘을 주어 붙잡아

일어났어? 으응…. 아직 졸린 얼굴인데 조금 더 자. 가지 마…. 아침으로 팬케이크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점심으로 해줘… 지금은 같이 있고 싶어.

그 말이 끝나자마자 밀려드는 수마를 못 이기고 다시 새근새근 잠든 그 애 이번 팬케이크에는 설탕 대신 코코아를 넣어 구워볼 생각이었지만 수선화 같은 얼굴 위로 간지럽게 흩어져 내리는 은백색 머리칼 옅은 분홍색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희미한 숨소리 은사처럼 가늘고 촘촘하게 자라난 속눈썹 같은 것을 마주하면 결국에는 요슈아가 원했던 것처럼 이불에 뺨을 기대어 다시 눕고 말아 잠버릇처럼 그 애의 팔이 등을 감싸오는 걸 느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