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이 다시 넘겨볼 수 있는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내 모습이 프리뷰 모니터에 담기는 걸 싫어하지만 어떤 순간은 기억뿐만 아니라 기록으로도 남겨야만 망각하지 않고 온전히 간직할 수 있다는 말에는 동의해서 요슈아가 카메라 렌즈를 가까이 들이밀면 입을 삐죽 내밀다가도 결국 고분고분하게 자세를 취해
그렇게 화각에 담은 찰나가 수십 장씩 모이면 인화하는데 촬영은 주로 요슈아의 몫이었으니까 뽑은 사진을 날짜별로 정렬하고 접착식 속지에 각을 맞춰 끼워 넣는 건 내가 맡은 역할이야
어떤 것을 어디에 배치해야 한눈에 쏙 들어올까 고심하는 동안 그 애는 이전에 스크랩을 할 때 구매했던 스티커를 꺼내와서 빈 곳을 오밀조밀하게 꾸미기도 하고 그날 사진을 찍으며 느꼈던 감상을 일기 남기듯 젤 펜으로 짧게 적어두는데 소꿉친구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필기체는 언제 봐도 매끄러운 획이 막힘없이 뻗어나가 그 유려한 글자 아래 다른 색으로 엉망진창인 내 글씨가 쓰여있다는 게 작은 흠이지만
오래 떨어져 있었기에 알고 지낸 시간에 비해 같이 찍은 사진은 터무니없이 적지만 앞으로는 이별 대신 함께할 일만 남았으니까 이 두꺼운 앨범을 둘만의 추억으로 꽉꽉 채워나갈 때까지 힘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