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 나도 네 꿈을 꿔
추신 나도 네 꿈을 꿔

애일이 저문 뒤 도착한 해변은 바람이 매섭게 불어오기 때문인지 우리 둘을 제외하곤 아무도 없었어 평소보다 변장이 느슨해 걱정했는데 세계 제일의 보컬리스트를 알아볼 사람이 나 말고 아무도 없어서 다행이야 우스개에 요슈아는 그저 따라 웃고 그 상냥한 미소를 계속해 감상하다간 여기까지 온 보람 없이 너만을 하염없이 바라보게 될 것 같아 고개를 돌렸지

인적 없는 검푸른 겨울 바다의 아름다움을 독점한 것 같다는 진부한 감상 모래사장을 에우기 위해 밀려오다 암초에 부딪혀 갈가리 찢어지는 파도 소리는 의외로 듣기 좋다는 깨달음, 소꿉친구와 함께하는 이 순간을 잊고 싶지 않다고 상념을 끝없이 늘어뜨리면 코끝으로 눈송이가 톡 떨어지는 동시에 서늘해진 손으로 연한 온기가 닿아와 상상을 깨트리곤 해 생각의 수렁에 너무 깊게 물들지 말라는 듯

연안을 따라 옹기종기 모여있는 저 너머 주택가의 조명은 이까지 닿는 대신 포말 위만을 희미하게 떠돌고 빛이 들지 않는 밤하늘은 누군가 슈가 파우더를 엎지른 듯 소나기눈을 하나둘씩 쏟아내는데, 문득 좋아하는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라서 머리 위에 눈이 쌓이는 것도 모르고 멈춰 선 나를 이끌어 주는 것은 어둠 속에서도 하얗게 빛나는 요슈아

머리로는 영화 속 구절을 떠올리느라 시선은 사랑하는 얼굴에 고정하느라 발걸음은 아득한 밤을 뒤따라 걸어가는 데에 집중하느라 네가 한 말을 놓쳤어 그러니 한 번 더 말해줄래 사랑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