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푸른 언덕 위에 무지개는 지붕이 돼
미래에도 요슈아와 함께한다면 캘리포니아의 바다가 잘 보이는 언덕 위, 작은 마을에 가게를 차리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 한쪽 벽 대신 설치한 커다란 아크릴 창 너머로는 모래사장과 수평선이 보이고 다른 벽면에는 책장과 책이 가득해서 손님이 바다를 바라보는 동시에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
어린 손님이 오면 커피 대신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머그컵에 담아주고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손님이 방문할 땐 데운 우유를, 그리고 종종 근처에 사는 동물 친구들이 문 앞을 기웃거리면 치킨저키를 주며 보드라운 털을 쓰다듬어 보기도 해
파도가 치는 소리를 들으며 소꿉친구는 디게싱한 원두를 추출하고 나는 책의 책등 위 알파벳과 숫자를 확인해가며 원래 위치의 책장에 꽂거나 테이블을 닦아 손님이 없을 때에는 책방 앞에 꾸며둔 작은 정원 속 식물에게 물을 주거나 안락한 소파에 함께 앉아 둘만의 낭독회를 열어 종종 일찍 가게 문을 닫고서 함께 모래 위를 거닐거나 어린 손님이 주고 간 선향 불꽃을 파도 앞에서 태우기도 하고
매주 토요일 저녁 6시는 요슈아가 업라이트 피아노 또는 통기타를 연주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시간인데 단골 손님뿐만 아니라 바다를 구경하고 돌아오는 사람까지 종종 그 애의 목소리에 이끌려 가게로 들어올 것 같아
미래를 생각할 때마다 힘들어했던 내게 제대로 마주하는 법을 알려준 건 요슈아니까 훗날의 모습을 그려볼 때마저 그 애가 곁에 있는 건 당연한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