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tsuki
음악의 용도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어? 어느 날 제리가 물었다. 단순한 말장난 하기 위해 던진 질문이라기엔 그녀의 얼굴은 사뭇 진지한 모양새를 하고 있었기에 요슈아는 가볍게 웃어넘기지 못하고 잠시 자리에 서서 정지하길 택했다. 낯선 땅과 낯선 존재들 그 사이에서 가뜬히 부유하던 어떤 이방인, 나. 요슈아. 방어기제 쌓지 못하고 벽을 세우는 대신 물처럼 흘러가길 원하니 다른 이들은 수면 위로 돌을 던졌다.
바닥으로 가라앉던 돌의 수가 늘어나고 종내 돌에서 자갈로, 자갈에서 입자가 고운 모래로 바뀌는 시간보다 빠르게 공간이 가득 차기 시작하면 그제서야 물은 범람하기 시작한다. 둑을 쌓지 않아 평평한 땅으로 서서히 스며들지 못하고 울컥울컥 경계를 침범하는 힘은 도저히 홀로 막을 수있는 부류의 재해가 아니었기에, 세상은 수몰되고 의식은 심해 저편으로 가라앉았다. 이따금씩 위로 올라가는 공기방울 만이 수면 너머의 공간을 상기시켜줄 뿐, 뒤바뀐 세계는 오랫동안 변하지 않았다.
소리가 먹혀들어 먹먹한 수중 생활에서 요슈아가 한 가지 간과한 것은 기실 소리는 지상에서 움직이는 것보다 수면 아래서 몇 배는 더 빨리 헤엄친다는 사실이었다. 본래 알던 언어의 작법을 모조리 뜯어내고 새로운 언어를 익힌다. 그마저도 쉽지 않았으니 한참을 방황하다가 어느 날 우연찮게 수면 아래로 흘러들어온 것은 잊혀져가던 모국어로 된 음악이었다. 정확히는 제목 생각나지 않는 자신의 습작 중 하나를 흥얼거리는 어떤 목소리. 완벽한 어인 魚人 이 되었다면 알아채지 못했을 아득한 기억 속 노래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몇 없었다. 그러니 수면 위의 이는 어려운 추측 차치하고서도 쉬이 알아챌 수 있는, 어렸을 적부터 지겹도록 뱉고 삼켜낸 이름의 주인일 터였다.
"제리."
"아, 요슈아! 오랜만에 보지, 타지 생활은 이제 좀 적응 했어?"
"여기서 우리 둘 다 머무른 지 3년이 넘었는데, 설마 아직도 어색할까봐."
"헤헤…. 그냥, 혹시 몰라서. 가끔 요슈아 눈을 들여다보면 범람할 것 같이 촉촉할 때가 있거든-"
"또, 괜한 걱정이야, 제리. 정말이라니까…."
"난 곧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니까, 걱정이 돼서 그러는 거잖아! 요슈아도 참,"
걱정 마, 네가 있는 한 알고 있던 언어를 완벽히 잊어버리는 일은 없을 것 같아… 라는 추레한 고백같은 말은 하기 부끄러워서,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일 수 밖에 없다. 오늘 헤어지고 나면 며칠 뒤, 제리는 머나먼 땅을 딛고 고향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같은 언어를 독해하는 이 사라지고 나면 요슈아는 인간의 호흡법을 망각하고 아가미를 새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네 입에서 흘러나오는 나의 음악이, 환청같은 목소리마저 완벽히 말소되고 난 뒤엔 가지고 있던 목적마저 상실할 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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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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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게 어물쩍 흘려보내기엔 너무 큰 질량의 감정은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수챗구멍을 뽑아 땅을 집어삼킨 물을 빼내는 방법 대신 또다시 보이지 않는 저 너머 바닥으로 큰 돌을 버리길 택한다. 제리가 돌아간 뒤 처음 잡은 마이크, 노래의 첫 소절을 위해 운을 떼는 요슈아의 목 너머로 비릿한 무언가가 걸려 목소리를 막아버렸다. 진실을 고하지 못하고 거짓만을 이야기하는 이는 결국 목소리를 잃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