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antino
@seasonaletter
꿈결처럼 새하얀 오선보 그 위에 그려지는 자그마한 음표들 차곡차곡 쌓아두었던 기억을 꺼내 단둘만의 선율을 탄생시키자 하나의 음이 선을 오르는 것처럼 보폭을 맞춰 걷는 발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제목조차 정하지 않은 악보가 창조되는 순간 걸음이 엇갈리는 장면에서는 한없이 멀어지는 낮은음과 높은음이 서로를 그리워하고 손가락이 맞물려 옆의 건반을 치는 날에는 찰나의 공존을 추억으로 새긴 채 다시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기를 택하고 누를 때마다 동일하게 똑같은 음 똑같은 마음 똑같은 미소로 연주자에게 확신을 주는 순백색의 건반이 옆에서 존재를 알린다 제목을 정하는 장면을 마주하면 각자의 음이 덧붙어져 화음으로 회귀하는 연주로 귀결된다 햇볕에 그을려 만들어진 악보의 주인공은 단연코 너라는 것을 알아둔 채로, 건반 위에 손가락을 올리고는 조금 느리게, 첫걸음을 되새기면서 조금 느리게 흰 건반을 누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