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ashkoibito
어두운 방 안,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희미한 달빛이 가구들의 윤곽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 조용한 공기 속에서 나는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있었다.
"제리는… 내가 싫지 않아?"
낮은 목소리가 공기 속에 스며들듯 흘러나왔다. 옆에서 악보를 보고 있던 그녀가 눈길을 멈췄다. 손끝으로 데모곡의 악보를 쓸던 손이 멈추고, 조용히 나를 바라보았다.
"왜 그런 말을 해?"
나는 고개를 숙였다. 손끝에 남아 있는 감촉이 떠올랐다. 차갑게 반짝이던 칼날, 그리고 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오던 순간.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나는 또 같은 실수를 반복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너한테 그런 비밀을 만들고, 거짓말을 해서 상처까지 줬어."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누구보다 네가 소중하다고 말했는데… 그런데도… 계속…"
그녀가 늘 예쁘다고 말해주던 목소리는 지금은 듣기 흉할 정도로 흐트러져 있었다. 이런 나를, 실망할지도 모른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내 손을 감싸 쥐었다. 따뜻한 온기가 서서히 손끝으로 번져왔다.
"요슈아는 너의 비밀이 나쁘다고 생각해?"
나는 눈을 깜빡였다.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다. 그녀의 손이 조금 더 힘을 주며 내 손을 감쌌다.
"그런 비밀이 있다는 건, 네가 지키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는 거잖아. 그런 다정한 부분까지도 요슈아인 거야."
"내가 너의 모든 걸 알지 못해도, 널 사랑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아. 그러니까 스스로를 미워하지 않아도 돼, 요슈아."
그 말 한마디에 어깨가 조금씩 풀리는 걸 느꼈다. 그녀를 바라보자 언제나처럼 따뜻한 눈동자가 나를 비추고 있었다. 나는 옅게 웃었다. 정말… 너에겐 도무지 못 당하겠네.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피아노의 맑은 음처럼, 내 어지러운 마음을 깨끗하게 씻어주는 듯했다. 그동안 숨겨 왔던 것들, 말하지 못했던 순간들, 같이 있지 못한 시간들. 그 모든 것들이 이 순간만큼은 조금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나는 한숨을 쉬듯 작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정말… 그래선 제리 너만 손해잖아?"
활짝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자 반박하려던 그녀의 입이 멈췄다. 그리고 곧 눈을 가늘게 뜨며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런 의도가 아닌, 내가 심술궂게 장난을 치고 있다는 걸 눈치챈 것이다. 나는 웃으며 그녀의 손을 다시 한번 꼭 잡았다. 맞잡은 온기가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