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MDUNGBB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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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u_tak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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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나도 네 꿈을 꿔
추신 나도 네 꿈을 꿔

애일이 저문 뒤 도착한 해변은 바람이 매섭게 불어오기 때문인지 우리 둘을 제외하곤 아무도 없었어 평소보다 변장이 느슨해 걱정했는데 세계 제일의 보컬리스트를 알아볼 사람이 나 말고 아무도 없어서 다행이야 우스개에 요슈아는 그저 따라 웃고 그 상냥한 미소를 계속해 감상하다간 여기까지 온 보람 없이 너만을 하염없이 바라보게 될 것 같아 고개를 돌렸지

인적 없는 검푸른 겨울 바다의 아름다움을 독점한 것 같다는 진부한 감상 모래사장을 에우기 위해 밀려오다 암초에 부딪혀 갈가리 찢어지는 파도 소리는 의외로 듣기 좋다는 깨달음, 소꿉친구와 함께하는 이 순간을 잊고 싶지 않다고 상념을 끝없이 늘어뜨리면 코끝으로 눈송이가 톡 떨어지는 동시에 서늘해진 손으로 연한 온기가 닿아와 상상을 깨트리곤 해 생각의 수렁에 너무 깊게 물들지 말라는 듯

연안을 따라 옹기종기 모여있는 저 너머 주택가의 조명은 이까지 닿는 대신 포말 위만을 희미하게 떠돌고 빛이 들지 않는 밤하늘은 누군가 슈가 파우더를 엎지른 듯 소나기눈을 하나둘씩 쏟아내는데, 문득 좋아하는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라서 머리 위에 눈이 쌓이는 것도 모르고 멈춰 선 나를 이끌어 주는 것은 어둠 속에서도 하얗게 빛나는 요슈아

머리로는 영화 속 구절을 떠올리느라 시선은 사랑하는 얼굴에 고정하느라 발걸음은 아득한 밤을 뒤따라 걸어가는 데에 집중하느라 네가 한 말을 놓쳤어 그러니 한 번 더 말해줄래 사랑한다고….

@MOYEON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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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ibos_yogurt
@rooibos_yogurt

다정히 내 이름을 부르면
다정히 내 이름을 부르면

@peieace

 

제리. 호명은 내면의 음악을 닮아 한도 없이 부드럽다. 천사의 목소리를 상상해 본 적 있어? 앰프를 떠난 잔음의 울림은 천국으로 부터 비롯된 게 아닐까 하는 상상을 어느날 당신의 무대 아래에서 해본 일이 있다고는 도무지 고백할 수 없었다. 장내를 가득 채우는 네 노래에 압도 당하는 것 쯤이야 매양, 무수한 관객들의 얼굴에서 발견할 게 분명하면서도. 요슈아가 웃는다. 아니, 실은 그가 불러주는 아주 사소한 노래에서도 나는 천국을 연상한 일이 있다. 환하고, 따스하고, 아름다우며 순결한 세계를. 잘은 몰라도 그곳에는 분명 이만큼의 평온함은 깃들어야 마땅하리라고. 변칙적인 이 세상에서 가장 쉽게 다다를 수 있는 안식처가 되어준 사람이니까. 네가 내 노래를 들을 때 어떤 얼굴을 하는지 알아? 언뜻 낯부끄러운 말이지만, 어쩐지 그가 말하는 광경은 상상이 갔다. 그가 날 보며 노래를 부를 때의 얼굴과 같겠지. 요슈아. 그러므로 호명은 새삼스레 간지럽거나 낯설지 않았다. 상상해 본 적 있어. 피아노의 건반을 떠올린다. 어쩌면 아주 오래토록 떠올려 왔다.

우리는 선처럼 가만히 누워
우리는 선처럼 가만히 누워

@peieace

 

지표로 삼은 흉터가 맞아야만 했을 불가피한 통증. 인내로 전한 내 사랑이 어찌나 초라해 보였는지는 묻지 않기로 했다. 세상이 깨어지느라 맞이한 실금같은 균열로 부터 빛이 쏟아졌다. 그 아래로 나란히 누워 굴곡을 헤아릴 수 있는 까닭은 이 껍질 안이 대낮처럼 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늑한 두 명분의 세계에서 우리는 먼저 유실했던 자아의 파편을 도로 삼켜야만 했고, 어둠을 낱낱이 밝히지 않아도 분별할 수 있듯 서로의 기운 살갗을 어루만져 익혀야만 했다. 발 딛은 이 별이 완전한 구의 형태이지 않듯 우리의 뾰족한 모서리 또한 영원히 둥글어 질 순 없겠지만 베이지 않을 만큼 무뎌질 순 있을 것 같단 가능성의 징조는 사포처럼 우둘투둘하기 보다 바람이 불어오거나 물길이 퍼지듯 도무지 아플 것 같지 않았다. 어떠한 변칙도 없이 감미롭기만 한 이때를 영원히 누릴 순 없겠지만 당신과 함께라면 아주 오랫동안 괜찮을 것만 같다고. 어쩌면 지금껏 존재하지 않았던 불멸의 평화를 함께 빚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너의 모든 것은 다 나에게로 와 까만 오늘의 닿은 의미가 돼
너의 모든 것은 다 나에게로 와 까만 오늘의 닿은 의미가 돼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으니 생일에도 여타 날처럼 별달리 바라는 것 고대하는 것 없이 허무하게 살아왔지만 그럼에도 내가 어디에 있든 시침과 분침이 완벽하게 맞물리는 정각이 되자마자 걸려 오는 요슈아의 전화만큼은 욕심내어 기대하고 있었어 생일 축하한다고 매해 누구보다도 먼저 기쁘게 전해주는 요슈아의 목소리는 언제 들어도 그립고 사랑스러웠지 직접 만나서 축하해 주고 싶은데 이번에도 네가 있는 곳으로 가기는 힘들 것 같다며 수화기 너머로 시무룩한 감정이 전해지지만, 나는 네 입에서 나온 축하의 말 한마디를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선물 같은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걸

그렇기에 소꿉친구가 남자친구가 된 후에는 성대하게 열린 둘만의 생일 파티에 굉장히 얼떨떨해졌네 색색의 벌룬 아트와 여러 명이 둘러앉아 나눠 먹을 수 있을 만큼 커다란 생크림 케이크 어느 옷에도 쉽게 어울리는 은색의 반지 이렇게까지 축하받을 줄은 몰랐다고 당황한 표정으로 말하니까 만나지 못했던 그동안 계속 네게 이렇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해주어서 그 애가 가진 상냥함에 다시금 마음이 녹아내리는 건 불가항력

@Kim_KiRi_
@Kim_KiRi_

한 페이지
한 페이지

@_tsuki

 

음악의 용도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어? 어느 날 제리가 물었다. 단순한 말장난 하기 위해 던진 질문이라기엔 그녀의 얼굴은 사뭇 진지한 모양새를 하고 있었기에 요슈아는 가볍게 웃어넘기지 못하고 잠시 자리에 서서 정지하길 택했다. 낯선 땅과 낯선 존재들 그 사이에서 가뜬히 부유하던 어떤 이방인, 나. 요슈아. 방어기제 쌓지 못하고 벽을 세우는 대신 물처럼 흘러가길 원하니 다른 이들은 수면 위로 돌을 던졌다.


바닥으로 가라앉던 돌의 수가 늘어나고 종내 돌에서 자갈로, 자갈에서 입자가 고운 모래로 바뀌는 시간보다 빠르게 공간이 가득 차기 시작하면 그제서야 물은 범람하기 시작한다. 둑을 쌓지 않아 평평한 땅으로 서서히 스며들지 못하고 울컥울컥 경계를 침범하는 힘은 도저히 홀로 막을 수있는 부류의 재해가 아니었기에, 세상은 수몰되고 의식은 심해 저편으로 가라앉았다. 이따금씩 위로 올라가는 공기방울 만이 수면 너머의 공간을 상기시켜줄 뿐, 뒤바뀐 세계는 오랫동안 변하지 않았다.


소리가 먹혀들어 먹먹한 수중 생활에서 요슈아가 한 가지 간과한 것은 기실 소리는 지상에서 움직이는 것보다 수면 아래서 몇 배는 더 빨리 헤엄친다는 사실이었다. 본래 알던 언어의 작법을 모조리 뜯어내고 새로운 언어를 익힌다. 그마저도 쉽지 않았으니 한참을 방황하다가 어느 날 우연찮게 수면 아래로 흘러들어온 것은 잊혀져가던 모국어로 된 음악이었다. 정확히는 제목 생각나지 않는 자신의 습작 중 하나를 흥얼거리는 어떤 목소리. 완벽한 어인 魚人 이 되었다면 알아채지 못했을 아득한 기억 속 노래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몇 없었다. 그러니 수면 위의 이는 어려운 추측 차치하고서도 쉬이 알아챌 수 있는, 어렸을 적부터 지겹도록 뱉고 삼켜낸 이름의 주인일 터였다.

"제리."

 

"아, 요슈아! 오랜만에 보지, 타지 생활은 이제 좀 적응 했어?"

 

"여기서 우리 둘 다 머무른 지 3년이 넘었는데, 설마 아직도 어색할까봐."

 

"헤헤…. 그냥, 혹시 몰라서. 가끔 요슈아 눈을 들여다보면 범람할 것 같이 촉촉할 때가 있거든-"

 

"또, 괜한 걱정이야, 제리. 정말이라니까…."

 

"난 곧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니까, 걱정이 돼서 그러는 거잖아! 요슈아도 참,"

걱정 마, 네가 있는 한 알고 있던 언어를 완벽히 잊어버리는 일은 없을 것 같아… 라는 추레한 고백같은 말은 하기 부끄러워서,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일 수 밖에 없다. 오늘 헤어지고 나면 며칠 뒤, 제리는 머나먼 땅을 딛고 고향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같은 언어를 독해하는 이 사라지고 나면 요슈아는 인간의 호흡법을 망각하고 아가미를 새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네 입에서 흘러나오는 나의 음악이, 환청같은 목소리마저 완벽히 말소되고 난 뒤엔 가지고 있던 목적마저 상실할 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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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예]

타인에게 어물쩍 흘려보내기엔 너무 큰 질량의 감정은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수챗구멍을 뽑아 땅을 집어삼킨 물을 빼내는 방법 대신 또다시 보이지 않는 저 너머 바닥으로 큰 돌을 버리길 택한다. 제리가 돌아간 뒤 처음 잡은 마이크, 노래의 첫 소절을 위해 운을 떼는 요슈아의 목 너머로 비릿한 무언가가 걸려 목소리를 막아버렸다. 진실을 고하지 못하고 거짓만을 이야기하는 이는 결국 목소리를 잃게 된다…. ⊙

여전히 널 사랑해 여전히 널 기억해
여전히 널 사랑해 여전히 널 기억해

살과 살이 맞닿아 온기가 전도되는 순간 그 순간을 좋아하는 어리광 많은 소꿉친구를 좋아해 내게 기대하는 소원이 있을 때마다 짓는 불쌍한 표정도, 목적이 달성되면 그믐달처럼 휘어지는 웃음기 가득한 눈매도…. 미인계에 넘어가지 말아야지 다짐해도 금방 그 안타깝고 안쓰러운 목소리에 속절없이 휘말려 결국엔 바라는 모든 걸 이뤄주게 돼버려

사랑하는 사람이 더욱 쉽게 패배한다는 말처럼 요슈아에겐 언제나 나를 몇 번이고 굽혀줄 수 있어 그 애가 내게 그래주었듯이

파란 바다 위로 반짝이는 물결에
파란 바다 위로 반짝이는 물결에

몇 번 입지 않은 수영복을 챙겨 인근의 한적한 해변으로 놀러 가면 모래밭에 앉아 하얗게 흩어지는 포말을 멍하니 구경하는 나와 다르게 요슈아는 얼굴을 스치는 미풍을 맞으며 서핑까지 알차게 즐기는 중이야

평소 물장구를 치는 것보다 고무 오리처럼 느긋하게 동동 떠다니길 좋아하지마는 오늘은 파도가 너무 높지도 얕지도 않은 완벽한 타이밍이라며 서프보드를 품에 안고 파란을 향해 헤엄치는데, 일렁이는 마음과 함께 물결을 가르다가도 나를 두고 온 게 신경 쓰였는지 몇십 분 후 사장으로 돌아온 소꿉친구는 선크림 바르는 걸 잊어버린 채로 입수해 버렸기에 황금빛 볕에 양 볼이 발갛게 익어버렸어

후토마키처럼 비치 타올을 여러 겹 둘러준 뒤 진줏빛 머리카락에 남은 짠 물기를 수건으로 꾹 눌러주면 나른하다는 듯이 내 쪽으로 기울어지는 몸은 조금 축축한데도, 서서히 젖어드는 감각이 거북하지만은 않아서 밀어내고 싶지 않아져

사라져 버린다 해도 내 맘을 줄 거야
사라져 버린다 해도 내 맘을 줄 거야

처음부터 이정표가 정해진 길이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모든 게 결정된 미래라는 말에 회의적인 편이라 요슈아와의 사이도 운명이라고 칭하고 싶지 않아 여러 인과가 겹쳤음에도 종래에는 상대 곁에 있기로 선택했기에 주어진 가능성이라 생각하고 싶어

그렇지만 사랑이 필요 없게 된 시대에 같은 사랑의 무게를 가지는 널 만난 것, 앞으로도 나란히 발을 맞춰 걸어갈 기회가 주어진 건 도대체 어떤 단어로 설명할 수 있을까….

말하지 않아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지 않아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요슈아가 로스앤젤레스에서의 유학을 마치고 도쿄로 돌아온 날 저녁은 양가 대신 우리 둘만 모여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신주쿠 호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어 처음에는 그 애가 정말로 이곳에 돌아왔다는 게 실감 나지 않은 데다 짝사랑하는 상대 앞이라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엉망진창으로 섞여 양파 수프를 버터 나이프로 떠먹고 덜덜 떨리는 포크로 연어구이를 써는 등 뚝딱거렸지만 어제도 만났다는 양 자연스럽게 대화를 걸어준 소꿉친구 덕분에 어색한 기류 대신 반가움이 그 자리를 채웠고

얼마 전 휴일 함께 외식할 도쿄 속 레스토랑을 찾다 오랜만에 그곳을 다시 가보는 건 어떠냐는 서두를 시작으로 어떤 음식이 입에 맞았는지 대화를 나누던 중 그 애는 회백색 눈을 나와 맞추고 말했어 그리도 먹기 싫어했던 잘게 잘린 채소를 꼭꼭 씹어 삼키는 제리 네 모습을 보면서 떨어져 있던 기간 동안 우리의 많은 게 달라졌단 걸 체감했다고, 그래서 조금 쓸쓸하고도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고…. 즐거움 뒤에 숨겨둔 요슈아의 진심 그 여린 고백을 입안에서 굴리다 나 또한 체면을 위해 지금껏 숨기고 있던 비밀을 결국 밝혀버렸네

사실 아직도 채소를 좋아하지 않아 골라낼 수 있다면 그렇게 해 그날은 너한테 편식쟁이인 모습을 보여주기 싫으니까 기름에 볶아낸 아스파라거스도 힘내서 다 먹은 거야

@HUI_Zel_
@HUI_Zel_